역대 최고의 핵협정은 북한? 아니면 이란?

The Best Model for a Nuclear Deal With North Korea? Iran먼 훗날,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협정”, “끔직한”, “일방적인”, “부끄러운”, “속부터 썩은”이라고 비난한 바로 ‘이란핵협정’을 주제로 꾸려진 서가를 발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란핵협정에 대한 트럼프의 비난은 집요하고 신랄했습니다.

그런데 북한과 비핵화 회담을 추진하면서, 트럼프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질 위기를 자초했는데, 트럼프 자신의 논리에 따르면 북한과 어떤 합의를 하든 그것은 이란핵협정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하며 훨씬 진전된 내용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설령 김정은이 진심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하더라도(정말 위험한 가정이지만), 북한과의 합의 결과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트럼프가 최선을 다해 북한과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그것은 오바마의 이란핵협정과 비슷할 것입니다.

이란핵협정은 이란에게 농축 우라늄 재고 98% 제거와 보유 원심분리기의 2/3 봉인, 우라늄 농축레벨 제한, 플루토늄 반응로 제거를 내용으로 합니다. 이란이 이런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1개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최단 우라늄 농축기간, 즉 이른바 ‘브레이크아웃 타임’은 핵협정 직전의 3~4주 수준에서 1년으로 연장되게 됩니다. 여기에 이란핵협정은 전례없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사찰을 통해 이란의 협정준수를 확실하게 검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란핵협정이 재앙이라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협정에서 규정한 이란의 우라늄 농축제한이 10 ~ 25년이 경과하면 풀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기간이 지나더라도 이란의 핵무기개발은 여전히 금지되고 사찰은 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은 무시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트럼프는 또 이란핵협정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다루지 않았고 인권과 지역분쟁 문제도 방관했다고 비난합니다.

자 그러면 여기서 북한에 적용할 트럼프 핵협정 모델은 무엇일가요? 이란과 다르게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약 60개의 핵탄두와 수십여개의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6기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생산시설이 북한 전역에 퍼져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이란핵협정에 관해 했던 말을 지킨다면, 북한과의 ‘비핵화’협정은 이미 보유한 핵물질, 핵탄두, 미사일을 전부 제거해야할뿐만 아니라 개발 능력까지 ‘모두’ 그리고 ‘영원히’ 제거해야합니다. 그리고 무제한하고 직접적인 사찰에 의해 검증받아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핵, 미사일 관련 기술을 시리아등에 제공하는 등 지탄받아 마땅한 북한의 분쟁조장 행위도 반드시 제한되야 합니다.

얼핏 봐도 협상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자신은 이미 김정은이 핵무기 창고열쇠를 자신에게 갖다 바칠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마도 향후 북한과 협상을 지속하면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모두 공개하고 우라늄 농축을 동결하며 제재해제를 조건으로 핵시설을 철거하는 ‘잠정적 합의’의 이점을 깨달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잠정합의는 보다 정밀한 계획과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을 필요로 하는 포괄합의를 위한 협상시간을 벌어주게 될 것입니다.(오바마 대통령이 선택한 접근방식이 바로 이런 방식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마도 나중에 김정은에 대해 마음에 안드는 모든 문제를 하나의 합의로 다루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괄타결은 협상 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만들고, 같은편 협상 파트너들을 서로 반목하게 만들며, 북한에게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바마가 했던 것처럼 트럼프도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핵에 먼저 집중해야 합니다. 여기에 트럼프가 이란핵협정에서 참고해야 할 또 하나의 핵심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라늄 광산에서 원심분리기 공장, 재처리까지 이어지는 핵공급 체인에 대한 전반적인 감시시스템입니다. 이 방법이야말로 북한이 선의로 위장하여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을 봉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되면 합의가 만족할만한지 판정할만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확실한 테스트가 하나 있습니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협상은 성공한 것입니다. 테스트는 “합의이후, 김정은은 여전히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또 빠른 시간내에 제조할 수 있는가?”, “김정은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또 빠른시간내에 제조할 수 있는가?” 입니다.

단지 비핵화하겠다는 약속은 충분치 않습니다. 역사가 말해주듯 북한은 약속을 밥먹듯이 깨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지난 4월에 비핵화를 ‘핵무기제거’라고 설명해 이런 테스트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간단힌 합의를 하는 것은 나에겐 아주 쉬운 일입니다. 핵무기 제거는 내가 아니라 북한 스스로 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어디 트럼프가 스스로 한 말을 지킬지 두고 보겠습니다. 트럼프는 전임 대통령들이 하지 못한 일을 자신은 할 수 있다고 자주 자랑하곤 했습니다. 아마도 매일 ‘임무완수’이라는 선언을 서둘러 하고싶어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트럼프의 이런 약점은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압박을 거둬들여도 좋다는 신호를 주는 동시에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며 김정은에게 외교적 혜택을 베푸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김정은이 오랫동안 갈구해온 법적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을 거둬들였습니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기전에 북한과의 수교를 추진할 듯 보입니다. 이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정책과 상반된 것입니다.

정말 진지하게 바라건데 북한과의 핵협정이 역대 ‘최악의 협정(the worst deal ever)‘이 되지 않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참조 : The Best Model for a Nuclear Deal With North Korea? Iran,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