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전략,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Why Trump’s plans for regime change in Iran will have the opposite effect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이란핵협정에서 탈퇴한 뒤,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탈퇴 동기가 정말 전임 대통령의 업적을 훼손하기 위한 의도였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본인이 핵협정 탈퇴의 명분으로 자주 언급하는 말은 “이란핵협정은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런일은 없을 것이다”입니다.

여하튼 그때 이후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인사들은 핵협정 탈퇴 이후의 계획, 즉 플랜B에 대해 막연한 언급만 하고 있습니다. 폼피오 국무장관이 이란과 협상을 위한 12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지만, 조건들을 살펴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대화의지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는데,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은 제재로 국민들이 고통을 겪으면, 최소한 이란정부가 미국에 크게 양보할 것이고, 잘되면 정권교체도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 합니다. 참고하자면, (볼튼과 폼피오는 오래전부터 이란의 정권교체를 주장해왔지만) 공식적으로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정권교체가 현재 미국정부의 목표는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란인들 대부분은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결국 남는 옵션은 양측의 대결이며 무력충돌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길게보면, 확실히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이란은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미국이 껄끄러워하는 역내 이란의 역할도 많이 순화시킬 수 있습니다. 민주화된 이란은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고 심지어는 이스라엘과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언행과 폼페오의 12단계 프로그램은 이란의 민주화에 역행하는 처사이며 미국의 핵심 안보이익을 해치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야기한 긴장국면이 이란의 신정체제를 약화시키길 바라고 있지만, 실상은 반대의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작년 12월 이란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노동자들을 비롯한 소외계층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최고지도자와 보수파의 경제실정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당시 많은 이란인들이 이란에 간섭하는 미 제국주의보다는 고질적인 이란내 부정부패를 비난했고, 금요기도회에서는 신자들이 “적은 바깥이 아닌 여기에 있다”고 소리치며 그들의 종교지도자들을 야유했습니다. 언론인들 또한 시리아, 예멘, 레바논에 수억달러의 재정을 낭비하는 이란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최근까지도 이란보수파에겐 실망스럽겠지만, 많은 이란국민들이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방과 관계개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탈퇴결정은 이란내부에 쏠려있던 이런 비판과 관심을 단숨에 미국으로 돌려 놓았습니다.

이란 정권은 이젠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배후인 미국이 이란국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진짜 주범이라는 새로운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란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를 포함해서 애국심이 가득한 이란인들이 과거 외세에 대항할 때처럼, 하나의 깃발아래 모여있습니다.

이란핵협정을 현대 이란역사에서 최악의 협정이라고 주장해왔던 이란보수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트럼프와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젠 “거 봐라 미국을 믿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던 우리가 옳았다”라며 팡파레를 울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란신정체제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고립시키는 보기드문 기회를 잡으며, 새로운 환경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이런 역할 교대는 결국 이란의 신정체제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이란내에서 핵협정과 제재해제를 환영했던 민주화 인사들이 이젠 트럼프의 적대 정책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해외거주 이란인 또는 심지어 이란내 일부에서는 이란지도부도 이젠 유연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트럼프의 거친언행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하는데, 경제를 망친 보수파가 다시 득세할까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새로운 정책으로 이란이 중국과 러시아에 더 밀착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러시아, 중국과 밀착은 이란보수파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 온 전략입니다.

요컨대, 미국에게는 이란이 역내에서 벌이는 호전적 활동을 견제하는 것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제한하고 이란내 민주주의 촉진과 인권개선을 지원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핵협정을 탈퇴한다면 이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미국의 이란전략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란의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는 정책들이 여전히 유효합니다. 왜냐하면 이란의 민주화를 바라지 않아서가 아니라 트럼프의 방식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민주화는 이란국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성취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트럼프의 전략은 이란국민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참조 : Why Trump’s plans for regime change in Iran will have the opposite effect, Washington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