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협정에 대한 다섯가지 시나리오

5 potential scenarios for Iran deal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피오를 국무장관에 지명하고 존 볼튼을 안보보좌관에 임명함에 따라 이란핵협정(JCPOA)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대선때부터 핵협정 파기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폼피오 특히 존 볼튼은 전쟁불사를 외치며 이란에 대해 정권교체를 주장해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5월12일 JCPOA에 따른 (2차) 제재면제 갱신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미국의 협정파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면제 갱신은 트럼프가 거부한 ‘핵협정 인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JCPOA 핵심 합의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갱신거부는 JCPOA파기 위기로 직결되며 중동질서 형성에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향후 이란핵협정에 대한 시나리오는 크게 다섯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유럽이 트럼프의 요구에 굴복해 이란의 탄도미사일 실험과 지역분쟁활동에 대한 ‘새로운’ 제재에 착수하는 것입니다. 제재수준은 트럼프를 만족시키는 한편, 이란의 JCPOA 탈퇴는 유보하는 선에서  정해질텐데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유럽의 이란 제재 부과는 사실상 JCPOA 위반이지만 그 대가로 트럼프는 JCPOA에 잔류할 것입니다. 현재 이란은 미국의 방해로 사실상 JCPOA에 따른 제재해제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어 유럽의 제재부과로 특별히 더 불리할 것도 없습니다.

이 경우 이란은 JCPOA에 잔류하되, 지역문제에 대한 협조를 거부함으로써 서방에 보복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 이란은 유럽국가들과 접촉해서 예멘사태 종식에 협조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유럽이 새로운 제재에 착수할 경우 합의는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JCPOA에서 탈퇴하지만 유럽기업들의 이란 비즈니스는 허용하는 것입니다. 유럽의 이란 비즈니스를 허용하더라도 미국은 민항기 판매보류나 이란정부기관의 블랙리스트 등재, FATF가입 방해 등 다양한 압박 수단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란의 반응은 JCPOA 잔류국들의 태도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만약 러시아, 중국, 그리고 특히 유럽이 JCPOA 체제를 강력하게 지지하며 더 이상 미국의 방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이란으로서는 JCPOA에 남아야 할 인센티브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지역문제에 대한 대화와 협조는 완전히 단절되며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에 대한 대결구도를 더 강화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미국이 JCPOA를 탈퇴하고 2차제재(Secondary Sanction : 이란과 거래를 한 미국外 기업에 대한 제재)를 포함한 모든 제재를 재개하는 이른바 스냅백(Snap Back) 경우입니다. 2016년 12월, 美재무부 해외자산관리국(OFAC)이 공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스냅백의 경우 이란비즈니스는 다시 제재 대상이 되며 스냅백 이전에 이미 착수한 미국외 기업의 이란사업은 (제재효력이 소급되지 않지만) 180일내(이른바 Wind Down규정)에 종료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란과 유럽의 교역은 완전히 끊기고 사실상 JCPOA는 종말을 맞이합니다. 이 때에는 유럽이 이란에 제시하는 그 어떤 유화책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이란은 다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등 핵프로그램을 재개하겠지만 핵확산 방지협정(NPT)에는 잔류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 NPT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상당한 긴장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JCPOA에 따르면 이란은 NPT뿐만 아니라 NPT추가의정서도 수용하여 우라늄 농축 비율을 현재 5%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란원자력청의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대표는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농축비율을 20% 수준까지 올리는데 4일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JCPOA를 파기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란에 대해 전쟁을 포함한 모든 압박 수단을 동원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이란은 내부에서 NPT 탈퇴에 대한 논의가 힘을 얻을 것입니다.

이란은 북한이 NPT에서 탈퇴함으로써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낸 경험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공격을 포기하고 협상에 나섰다는 분석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요즈음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이는 가운데 협상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사실 이란의 NPT 탈퇴 가능성은 적지 않습니다. 미국의 매파 정책에 반발하는 이란 군부가 정치전면에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미국과 이란관계는 역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며 미국은 이라크전으로 못지않게 비싼 대가를 치르고 중동을 다시 한 번 격랑으로 몰아 넣을 것입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이란이 지역문제에 대화로 나서면서 유럽이 미국을 설득하는데 성공하는 것입니다. JCPOA는 유엔 안보리가 승인한 국제규범으로 이란의 JCPOA 협정 준수는 IAEA에 의해 수 차례 검증된 바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파기할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논리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참조 : 5 potential scenarios for Iran deal, Al Mon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