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화 가치는 왜 급락하는가?

What's really driving currency depreciation in Iran?작년에 리알화 가치가 30% 가까히 떨어졌습니다.

리알화가 하락하면서, 현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목청 높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외환시장만 보면 꼭 경제가 나빠서 하락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단언컨대 환율급등은 안전자산 선호 때문이라기보다는 투기 때문이며 일종의 거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저명한 경제전문가인 비잔 커제푸르는 리알화 하락의 원인으로 6가지 요인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중에, 이중환율제 운용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정책실수나 환율시장개입 실패, 해외송금 급증에 대한 미숙한 대응이 공급측면의 요인이라고 본다면 인플레이션 압력, 투자수익의 해외송금 수요증가, 투자심리 위축등은 수요측면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수요측면의 요인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주요 경제데이터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중앙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연중 물가상승률이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중앙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단위면적당 주택가격이 있습니다. 매월 말 공시되는 18 캐럿 금가격도 참고할만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공식환율과 시장환율이 있습니다.

이 데이터들의 지난 1년간 변동을 서로 비교해 보면 리알화 하락 요인은 분명해 집니다. 작년 금과 시장환율은 각각 30.15와 30.75 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공식환율보다 거의 두배 가까히 증가한 것입니다.

반면에 인플레이션은 겨우 1포인트 증가한 9.6%였습니다. 중앙은행의 물가집계가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고 집계방식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신뢰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나름 안정을 유지했습니다. 작년 테헤란 부동산의 평방미터당 가격은 단지 12 포인트 올랐을 뿐이며 최근의 주택가격 인상은 수요증가 때문이라기보다는 환율 급등에 따른 부동산 매물 실종이 주요인입니다.

이들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국내 일상적 소비에서 리알화 구매력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우기 기준금리가 18%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가격 상승은 넉넉하게 상쇄됩니다.

그렇다면 최근 환율급등 원인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단기환율급등 요인과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경제학자인 아바스 발러커니가 1960년부터 2002년까지의 리알화 환율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리알화 가치는 매년 달러대비 평균 13% 하락했고 단기성 환율급등의 주요원인으로 “대규모 물가폭등”과 “저조한 실질 GDP 성장률”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다른 거시경제 연구와도 잘 부합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신뢰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럼 여기서 다시 강조하겠습니다. 작년 이란경제는 “대규모 물가폭등”이나 “저조한 실질 GDP성장”을 겪지 않았습니다. 사실 IMF는 2017년 이란의 GDP성장률을 3.5%로 예상하며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 이란인들은 왜 갑자기 달러와 금을 사재기 시작했을까요? 추측컨대, 이는 이란인들의 오랜 투자습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수십년동안, 뛰는 물가에 비해 지지부진한 급여인상, 불확실한 경제현실을 겪어 온 이란중산층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재테크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그리고 과거, 경기불황에 발맞추어 발휘되었던 이런 재테크 방식은 최근에, (만약 있을지도 모르는 향후의 경기불황에 대비해서) 선제적으로 혹은 심지어 경제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때에도 유행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란인들이 점차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금융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이제 이란인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손쉽게 시장환율을 확인하고 시중환전소에 가서 외환을 매입합니다. 매일 아침 쇼핑몰 인근 환전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란인들을 보는 것은 드문일이 아닙니다.

여기에 꾸준하게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은행들의 부실문제와 시위소식 그리고 미국정부의 매파 관련 뉴스도 영향을 줍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확대되는 이런 뉴스들은 이란인들에게 현재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지금 달러를 사면 내일 돈을 벌 것이라는 확신을 줍니다.

따라서 로하니 대통령이 2월 연설에서 환율급등은 경제현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국민 여러분에 대한 나의 권고는 이익을 쫒아 이런 위험한 길을 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더 나은 투자방안도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가는 길은 지속될 수 없는 위험한 길입니다.” 로하니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외환투기를 자제하라며 호소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투자풍조와 마주하는 이란정부의 대응은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외환시장이 실질경제와 따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리알화 가치를 유지하려는 정부의 통화정책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최근의 환율인상은 현실경제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급증하는 투기수요 때문이며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조 : What’s really driving currency depreciation in Iran? Al Mon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