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끌어온 카스피해 협상

Map of Caspian sea소련이 붕괴된 지 30년 남짓, 그리고 힘겨운 협상으로 치열하게 싸워온 지 26년이 지난 지금, 카스피해의 법적 지위에 관한 해결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근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카스피해 연안국 외무장관 회담 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카스피해 협약(Convention on the Legal Status of the Caspian Sea)” 협상의 주요쟁점에 대해, 마침내 모든 문제가 타결됐다고 선언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의 발표에 대해, 다른 카스피해 연안국 장관들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흐람 카세미 이란외교부 대변인은 카스피해 경계문제는 모스크바 회담에서 의제가 아니었다고 부인했고 에브라힘 라힘푸르 외교부 차관은 이란과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간의 경계문제는 여전히 협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련 붕괴 이후, 새로 독립한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이 카스피해 연안국이 되면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 카스피해 북부에 접하게 되었고, 이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이 남부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육지로 둘러싸인 세계 최대 호수, 카스피海가 바다(海)로 지칭하면서 흑해나 발틱해와 같은 지위를 갖는지에 대해 이들 이해당사국들 사이에 혼란이 있어 왔습니다. 왜냐하면 바다인지 여부에 따라 법적 지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1991년 알마타 선언에서는 카스피해 연안국들이 카스피해를 호수라고 선언했지만 4년 후,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를 바다로 인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바다로 인정될 경우 유엔 해양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카스피해를 바다로 간주해야 할지 관련국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따라서 카스피해 협약도 타결에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카스피해 경계확정 문제는 이란에게 있어 1970년대 이라크 국경 분쟁 이후, 최대의 주권이슈 입니다. 유엔협약에 따르면 두 개 이상의 국가에 둘러싸여 공해로 진출이 불가능한 바다 또는 호수는 내해(Closed Sea)로 간주돼야 합니다.

그리고 이 경우 다음과 같은 법적 규율을 받습니다. 항해의 자유 및 무해통항권의 배제, 연안국 전체합의로 정당성을 취득한 규율 적용, 어업과 자원채취에 관한 연안국들의 배타적 권리인정, 연안국들의 배타적 주권인정 등입니다.

카스피해 연안국 가운데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은 유엔협약 적용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카스피해 이권을 주장해온 이란과 러시아는 제3국이 카스피해에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습니다.

일단 러시아는 1921년과 1940년에 체결된 이란-소련 협약이 연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또한 카스피해는 불가분의 해역으로 각 연안국은 다른 연안국의 전원 동의하에서만 자유롭게 자원을 채취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란은 기존의 소련과의 합의를 강화하면서, 카스피해 이권을 동등하게 공유해서 이용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정세가 변하면서 이란은 결국 카스피해 5개국이 개발권을 분할하자는 안을 수용했습니다.

따라서 2014년 카스피해 정상회담에서는 각 연안국의 15해리 영해와 10 해리의 배타적 어업수역이 합의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해저의 법적 지위와 자원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합의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란은 해저경계의 공평한 분할 뿐만 아니라 공평한 자원분할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란은 러시아가 제안했던 13%보다 많은 20%의 해저지분을 확보하려 하지만 아직 다른 국가들의 동의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국가들이 이란의 제안에 반대하는지 여부도 아직은 불확실합니다.

현재로써 분명한 사실은 카스피해 협약이 내년 초에 개최될 카스피해 정상회담에서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협상이 타결되면 각 연안국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구속력이 발생합니다. 이란의 경우, 의회에서 통과되고 헌법수호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법적효력이 발생하는데, 협약이 발효된다면 카스피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30년만에 최종 해결됨을 의미합니다.

참조 : Will Iran, Russia find solution to Caspian dilemma? Al Mon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