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가짜뉴스’로 잘못 알려진 나라, 그 편견과 오해

이란, 인구 8천만명중 5천만명이 35세 미만 ‘젊은 나라’
트럼프이후 핵협정 파기, 경제제재로 한국기업도 고전중
미국등 서방과의 갈등 ‘일시적’…2500년 문명 꽃피운 저력으로 극복할 것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이제는 우리에게 생소하거나 어색하지 않다. 하루의 삶속에서 반복적으로 접하는 일상용어가 돼버렸다. 물론 가짜라는 단어는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민 것’이다.

하지만 그 가짜라는 것을 오랜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그에 대한 진실을 해명하고 ‘참’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세력이 힘을 잃어가면 그 ‘가짜’는 점점 올바른 것인양 바뀌게 되고 결국 대중의 인식속에 진실로 자리 잡게 된다.

더군다나 그 ‘참’으로 자리 잡은 잘못된 진실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세력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전파될 경우, 교육을 통해 ‘역사’라는 큰 틀안에 갇히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는 이란이라는 나라를, 어쩌면 그런 식으로 만들어 놓은 ‘이란스러움’이라는 틀안에서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을까?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란에 대한 생각들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바꾸어서 ‘편견’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바른 이해를 해 볼 가치가 있다.

테러, 반미, 핵무기 심지어 ‘깡패국가’라는 오명으로 상징화된 채 국제사회에서 최소한 인정받아야 할 기본적인 배려도 받지 못한 그 곳에서 8천만명이 넘는 이란국민들은 최소한 각 가정에 1개 이상의 한국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며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고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동경하며 배우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전체 인구 중 5천만가량이 35세 이하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리와 같은 ‘입시, 학벌’문화를 가진 높은 교육열로 인해 젊고 똑똑한 인적 자원을 보유한 국가이다.

지난 5월부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원유수출을 ‘Zero’로 만들겠다는 의도아래,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이란산 원유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해 왔던 ‘제재 예외 조치(SREs: Significant Reduction Exceptions)’ 중단후 이란산 원유수입이 중단된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전부터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얻을 수 있는 콘덴세이트 수입의 50% 이상을 이란으로부터 의존해 왔다.

2016년 1월 미국을 포함한 서방 6개국과 이란간 체결된 이란핵협정 타결 후 이란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많은 경제협력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트럼프 행정부 취임과 함께 지속된 갈등, 급기야 지난해 미국의 독단적인 핵협정 탈퇴 및 제재부활로 인해 이란은 1980년 이후 지속된 제재 기간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또다른 ‘고난의 행군’인 셈이다.

핵협정 타결 후 가장 앞서서 밀려 들었던 유럽기업들은 당시 체결한 다수의 계약들을 파기하고 철수했다. 핵협정 타결 이전 제재기간 중에도 미국, 유럽 및 일본 기업들이 빠진 경쟁구도에서 리스크를 감내하고 다방면에서 시장 내 절대우위를 지켜오며 이란을 주요 전략시장으로 여겼던 우리 한국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회로(로) 없이 촘촘한 제재망을 쳐놓아, 우리 기업으로서는 규모 축소 또는 휴면, 철수 등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하에서도 이란은 오히려 지역내 패권을 확대시키며 버티고 있다. 이런 저력의 근간은 무엇인지,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한 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 전략이 실질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국가마다 자국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다양한 지표들이 존재하고, 이란의 경우는 환율이 대표적인 지표에 해당된다.

지속적인 외부 제재와 함께 원자재, 소비재 수입을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불안정한 산업구조 탓에 이란의 현지화폐인 리얼화(화)의 달러 대비 환율 변동을 국민 대다수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작년 5월 트럼프 행정부의 핵협정 탈퇴 후 8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제재 부활조치가 시행되는 시기에 현지화폐는 급격하게 평가절하됐다.
(2018년 1월1일 : 1$=4만2900 IRR => 9월26일 : 19만 IRR =>  12월 31일 : 11만4000 IRR è 2019년 10월 9일 : 11만5700 IRR)

하지만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조치가 더욱 강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발된 긴장고조 상황에도 불구, 이란 현지화 환율은 오히려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환율변동에 대한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민심을 고려한 정부의 개입으로 안정세를 유지한다는 평가들이 있기는 하나, 현재의 환율 추이는 이란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초유의 압박조치들과는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란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40년간의 모습들이다.

이란 통치 체제는 이슬람 법학자 통치론과 이슬람법을 토대로 구성된 헌법에 근거한 삼권분립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최고 지도자가 삼권에 우선해서 국정 전반에 관한 최고 통치권을 행사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 이슬람 공화국이다.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 통치구조다.

또한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점거사태 등을 거치면서 중동지역내 미국의 최우방 국가에서 단교 및 반미국가로의 전환, 8년간의 이란-이라크 전쟁 그리고 종전 후 극심한 경제난에 이은 전후 복구기를 거쳤다. 이후에는 ‘문명간의 대화’를 근간으로 서방국가와의 개선을 도모했으나 핵프로그램 개발로 인해 자초한 제재 강화 그리고 핵프로그램 중단을 조건으로 타결된 이란 핵협정, 그리고 또다시 복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립등등.

이처럼 최근 40년간 이란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우리에게 비쳐진 이란은 어쩌면 밝음, 희망이라는 단어보다는 고난과 시련, 어두움의 이미지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지내온 역사와 이루어낸 화려한 문명에 대한 이해없이, 이 시기만으로 평가를 내리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섣부른 속단일 수 밖에 없다.

2500년이라는 단순히 수치만으로는 감이 오지 않는 시간 속에서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 중 3개 지역을 아우르는 영역을 지배하며 인류문화의 기틀을 이루어 냈다. 이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토대를 만들었으며 이슬람 문화 형성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오늘날 서양문화의 근간이 됐다.

역사적으로 한때 최대강국이었던 아랍, 투르크, 몽고의 끊임없는 침략과 산업혁명 후 지속된 주변 패권국가들의 지속적인 개입과 내정간섭, 그 과정에서 터득하며 내재화한 이들의 의식과 문제 해결 방식 등은 현재 이란을 둘러싼 복잡한 정세와 상황을 대처해 나가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의 시각이 아닌,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동반자로서 함께 해야 할 이들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보았으면 한다.

* 10월 11일 오피니언뉴스 게재된 글을 인용하였습니다.
원문참조 :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