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속되는 ‘지역 내 갈등’ 배후일까?

이란, 현시점서 미국과 정면 도전행위 저지를 이유 없어
페르시아만 주변 親이란 성향 ‘시아파 초승달 벨트’내 패권 강화
이란, 美에 “영구적 제재 해제-영구적 비핵화’ 제안…국제 여론 우위 확보
이란 로하니 대통령, 협상 서두르지 않아…미 대선까지 지금처럼

지난 5월 12일(이란 현지시간)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우디 유조선 2척과 UAE와 노르웨이 유조선 각각 1척에 대한 사보타지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석유 생산시설인 쿠라이스 유전과 아브카이크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 미사일 공격까지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보도들의 초점은 이란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지난 G7 회의 및 23일부터 개막된 유엔총회에서도 이란 핵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루어 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2016년 1월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란 핵협정 타결 후 최근까지의 상황을 간략히 되짚어 보면 현재 이란 핵 문제의 근본적인 요인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란 핵협정은 2013년 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 후 2개월만에 참석한 유엔총회에서 1980년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후 최초로 이란-미국 정상간 전화통화가 당시 오바마대통령과 이루어 진 후 본격적인 이란 핵프로그램 중단에 대한 논의가 ‘P5+1’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그리고 독일) 으로 불리는핵협정 당사국들과 2년여간의 집요한 협의를 통해서 이루어진 국제사회의 갈등을 무력이 아닌 대화로서 해결해 낸 다자협상의 실례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힘겹게 타결된 이란 핵협정은 현 트럼프 행정부의 취임과 함께 가장 실패한 협상이란 오명과 함께 평가절하 되는 상황에 처해지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된 이란 핵협정에 대한 압박은 급기야는 지난해 5월 18일 미국의 일방적인 탈퇴 후 독자적인 對 이란 경제제재 부활로 이어지며 지속되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핵협정 당사국들과 이란은 현재까지도 이란 핵협정이 종결된 협정이 아닌 유효한 국제사회의 약속으로서 간주되고 있다. 특히 이란은 핵협정 당사국들과 핵 협정시 약속된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에 명기된 이행 조항들을 미국의 독단적인 탈퇴와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하에서도 이행하며 국제사회의 사찰 검증까지 받아왔다. 그리고 미국의 탈퇴가 1년이 되는 금년 5월 18일 이란은 핵합의상 협의된 핵프로그램 이행범위 축소를 선언하고 실행에 나섰다. 물론 이러한 이란의 조치도 핵합의를 위반하는 것이 아닌 JCPOA상 상대방이 핵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 이에 상응해 핵합의의 이행범위를 축소 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한 결정으로 이란은 상대방의 합의 준수 시 기존 합의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적으로 기존 이란핵협정을 인정하지 않는 근본요인은 영구적인 비핵화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이란 핵협정에 따르면 JCPOA가 이행되는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난 2025년 이후부터는 이란의 핵프로그램 제한이 해제된다. 이는 핵협정 당시에도 논쟁의 여지가 분명 있었던 부분이었고 영구적인 비핵화를 이끌수 없는 치명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란 핵협정 타결 후 현재까지 당사국간 협정준수 이행여부를 중간평가해 본다면 현재 이란 핵으로 인한 긴장악화의 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등 최근 중동지역내 일련의 사건들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으나, 현 이란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이란의 선택지로서 미국과의 정면충돌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우선, 이란을 둘러싼 정치역학 구도를 보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극단주의 수니파 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직.간접적으로 이란의 역할이 독보적이었고 이후 시리아, 이라크에서의 친 시아파 정권의 출범으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동맹인 ‘시아파 초승달 벨트’는 더욱 확고해져 가고 있다. 반면 이에 맞서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수니파 세력은 카타르와의 단교 및 예맨 내전의 장기화로 인해 사우디의 최대의 우방인 UAE 마저도 최근 사우디와 거리를 두고 있다. 쿠웨이트와 오만의 중립노선을 고려해 보면 현 GCC 국가 중 사우디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국가는 바레인 뿐이다. 더불어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맨 후티 반군도 아라비아 반도 남부지역에서 세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중동지역 내 정치 역학구도 외에도 미국을 제외한 이란 핵협정 당사국들은 핵협정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 다자주의 합의에 의해 타결된 이란 핵협정이 미국의 독단적 탈퇴로 인해 파기될 경우 다른 당사국들은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열세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게다가 이란은 지속적으로 핵협정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의 영구적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영구적 비핵화를 제안한 것도 국제사회에서의 지지를 이끄는 동인으로 작용 되고 있다.

위와 같은 이란을 둘러싼 환경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란이 과연 미국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정면 도전행위를 감행할 필요가 있을까?

최근 미 행정부는 이란 국부펀드와 중앙은행 제재를 추가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경제제재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실제로 경제제재를 통한 對 이란 압박정책의 효과도 제재가 장기화 되면서 축소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이란은 지난 40여년간 미국을 주도로 수많은 제재를 겪어오면서 ‘저항경제’ 정책을 강화하며 자력갱생의 역량을 키워왔다. 물론 최근 미국의 제재 부활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으며 그 어느때 보다도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이란의 버티기 기술은 미 행정부의 판단 이상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과 미국간의 갈등은 제재 해제와 비핵화 및 기존 핵협정 수정을 어느쪽이 먼저 양보하느냐를 두고 내년 미국의 대선시점까지 지속될 것이다. 오히려 이란의 입장에서는 관계개선을 조급하게 서두르기 보다는 대선 구도의 추이를 지켜보며 도덕적 우위를 통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며 신중하게 대응하는 쪽을 선택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번 유엔총회 시 로하니 대통령의 연설 중 “정의로, 평화로, 법치로, 책무와 약속으로 돌아가자. 그 다음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자”의 의미는 이러한 내용들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9월 28일 오피니언뉴스 게재된 글을 인용하였습니다.
원문참조 :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