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유달승 교수] 미국은 왜 이란을 싫어하는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타결된 이란 핵 협정에 대해미국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고 이란에게 돈을 쏟아붓는 가장 나쁜 계약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란 핵 협정 폐기론과 재협상을 제기했다

그는 마침내 2018 5 8(현지 시각) 핵 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8 7일부터 금융 및 일반 무역에 대한 1단계 이란 제재를 실시했고 11 5일부터 에너지 무역 및 석유산업 등 본격적인 2단계 제재를 복원시켰다. 이에 대해 이란은 세계 원유의 3분의 1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론을 주장하면서 이곳에서 지속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미국의 대 이란 정책 기조는 기본적으로 비우호적이고 적대적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1979년을 기점으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이란은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고 그 시기 이란을중동의 헌병또는페르시아 만의 경찰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1979 11 4일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를 통해 미국과 이란은 외교 관계가 단절되었고 이란은 친미 국가에서 반미 국가로 바뀌었다. 미국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진해 왔고 2002년 이란 핵 위기를 계기로 유엔을 통한 다자 경제제재로 확대시켜 나갔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 1 29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란을악의 축으로 규정했고테러와의 전쟁십자군 전쟁‘, ‘이슬람 파시즘과의 전쟁이라고 언급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5 7 14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 체결되었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란을 압박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란을 싫어할까? 미국은 이란을 대표적인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9 2 14일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중동 국제회의에 참석해이란은 세계 최대의 테러지원국이며전 세계가 이란에 맞서지 않으면 중동의 평화와 안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대표적인 테러지원국인가? 중동과 세계의 주요 이슬람 테러리스트 단체는 시아파가 아니라 수니파이다. 시아파 이란은 이슬람국가(IS), 알 카에다, 탈레반과 다른 극단주의자 수니파 단체들에 맞서 가장 강력하게 대립하는 국가이다. 이라크 군과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이란의 지원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를 격퇴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고 이는 미국의 이라크 군사작전을 성공시키는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테헤란과 워싱턴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지만 이슬람국가를 반대하는 공통의 입장을 표명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면 미국이 이란을 증오하는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석유에 관한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석유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중동을세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 “세계전략의 엄청난 원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치를 지닌 지역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사실상 석유와 관련되어 있다 

미국의 CIA 1953 8 19일 이란의 합법적인 민주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아작스 작전(Operation Ajax)을 통해 군부 쿠데타를 지원하면서 팔레비 왕정을 복귀시켰다. 쿠데타로 축출된 모사데크 총리는 1951 5 1일 석유 국유화 법안을 통과시킨 인물이다. 그는 의회 연설에서우리는 석유 수입을 통해 전체 예산을 충족시키고 국민의 빈곤, 질병 및 후진에 대처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내정에 대한 서방 기업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1953 8 15일 모함마드 레자 샤는 모사데크 총리를 해임시켰으나 거리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이에 놀란 모함마드 레자 샤는 이란을 떠나 로마로 망명했다가 군부 쿠데타가 성공하자 이란으로 귀국했다. 1953년 친미 쿠데타는 미국과 팔레비 왕정의 특별한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고 본질적으로는 이란의 석유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이란에서 반미 감정의 뿌리가 되었고 이후 미국과 이란의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이란은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국가로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페르시아 만(세계 원유 매장량 3분의 2)과 카스피 해(세계 원유 매장량 5분의 1)를 연결하는 지구촌의 유일한 나라이다. 이란은 미국의 중동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위협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란이 지속적으로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이란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중동 국가이다 

현재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시리아, 리비아 및 이라크는 전쟁과 내전으로 황폐해져 더 이상 주변 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이란, 반시아파 연대를 내세우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지난 2 13-14일 개최된 미국 주도의 바르샤바 중동 국제회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예멘, 요르단, 모로코, 오만, 이집트, 튀니지 등 아랍 국가 11개국이 참석했다. 이번 중동 국제회의에는 베냐민 네타나후 이스라엘 총리도 참석해 아랍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2 15일 칼리드 빈 아흐메드 알 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할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한 아랍 국가는 이집트와 요르단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동 국제회의는 커다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불참했고 유럽 국가들도 참석자의 급을 낮추었다. 또한 미국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추진하는 반이란 연대도 확장시키지 못했다.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친이스라엘 일방주의 정책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 12 7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했다. 12 21일 유엔 총회는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2018 5 14일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이하여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시켰다. 둘째는 이란 적대 정책으로 이란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를 통해 이란을 고립화시키고 더 나아가 반이란 연대를 확대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미국 동맹국도 반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 110일 미국의 안보 전문가 52인이 이란 핵 협정 탈퇴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는 이란 문제는 단지 이란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 문제는 이란과 이란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제재와 압박에 기초한 적대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 GCC 국가연구소 ‘GCC Report’  3월 22일 게제된 원문을 전제로 하고 사전 동의하에 인용되었습니다.

참조 : http://gcc.dankook.ac.kr/bbs/board.php?bo_table=m04_02&wr_id=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