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유럽에게 기대하는 것

 Can the EU meet Iran’s expectations for keeping nuclear deal?미국의 핵협정 탈퇴로 이란과 유럽의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양측은 모두 핵협정을 살려야 한다는데 강하게 공감하고 있으나 동시에 서로의 기대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이란도 역대 가져보지 못한 독특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만약 이란이 핵협정에 잔류하기로 결정하면, 이는 미국을 유일한 핵협정 탈퇴국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킬 더 없이 좋은 기회임을 의미합니다.

마이클 폼피오 국무장관이 對이란 12개 요구사항을 발표함으로써, 이란정부는 핵협정에 잔류해야할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는데, 테헤란에서 최근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는 알리 허메네이 최고지도자의 5월23일 연설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때 연설에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개혁파 대표인사인 모하마드 알리 아브터히 등 모든 정파가 참석하여 이란이 이 문제에 관한한 단결하고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연설에서 허메네이는 이란경제는 소위 말해 유럽식 핵협정(European JCPOA)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란이 유럽에 요구할 정치적 경제적 요구사항들을 요약했습니다.

먼저 정치적인 요구사항으로 EU국가들이 미국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란핵협정은 안보리결의 2231에 의해 승인됨으로써 미국의 핵협정 탈퇴는 단순한 협약파기가 아니라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허메네이의 결의안 제출 요구는 미국의 거부권행사로 현실화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허메네이의 언급은 이란협상 전략의 일환으로써, 2015년 핵협상에서 그가 제시하던 레드라인을 떠 올리게 합니다.

당시 허메네이는 이란핵협상단과는 별개로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핵시설 철거, 우라늄 농축중단, 군사시설 사찰등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주장해 당시 이미 합의됐던 예비핵합의(4월 로잔합의)를 뒤집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본협상을 남겨두고 있던 이란협상단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2015년 이란핵협정은 4월의 로잔예비합의, 7월의 완전합의 2단계로 타결 됨)

 

이번에 허메네이가 제시한 레드라인을 살펴보면,

– 유럽국가들은 미국제재로부터 이란의 원유수출을 보호하고 원유수입을 지속할 것 

이란이 유럽, 러시아, 중국에 요구하는 핵심사항으로 핵협정 당사국들은 이란의 원유, 컨덴세이트, 석유화학제품 수출을 보장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개발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의 대형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EU는 미국제재에 노출되지 않는 기업들 위주로 이란거래를 독려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인데, 특히 이들 거래는 달러화를 피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란은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와 러시아산 상품을 교환하는 이른바 바터무역(Barter)도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 이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헤머네이는 유럽에 이란의 전략이 요구하는 수준에서 원유수입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전략적 관점에서 이란이 원유수출을 감축할 경우를 언급한 것으로 비교적 유럽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유럽은행들은 이란무역을 보호할 것

최근 독일의 6개 신용조합이 이란거래를 지속하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는 일개 금융기관의 차원이 아닌 독일중앙은행 즉 분데스방크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EU가 이미 이란무역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방증입니다.

이란도 다수의 유럽국가들이 이란과의 거래채널을 유지하도록 요구할 전망인데, 다른 유럽국가들도 독일 모델을 참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실험과 지역활동에 대해 협상을 추구하지 말 것

이란보수파에게 핵심적인 요구사항입니다. EU도 핵협정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울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별도 협상을 통해 이란과 대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유럽은 앞으로 수주동안은 헤메네이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우 바쁠 것입니다. 그리고 이란은 향후 이란과 유럽의 교역은 중소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임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이란에게 두가지 결과를 시사합니다. 먼저 이란은 유럽의 대기업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첨단기술에서 소외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는 이란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석유화학산업 같은 분야에서 유럽이 이란에 해법을 제공할 수 있냐는 점입니다.

기술이전과 금융, 시장진출이 포함된 꽤 쓸만한 패키지를 제시할만한 다국적 기업들은 이란측 파트너와 조인트벤처 설립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기술이전의 측면에서 차라리 더 적합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과거 경험상 유럽중소기업들은 이란파트너와 대등한 관계를 원하며, 따라서 이란측 파트너로 공기업을 기피하고 순수민간기업만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해법은 유럽중소기업과 이란민간기업의 조인트벤처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야 합니다.

둘째는 유럽중소기업들의 이란시장진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정부는 전반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현존하는 법적, 제도적 장벽들을 제거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민간기업들의 금융을 강화하고 시장에서 공정경쟁이 가능하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이란은 시장에서 공기업들이 민간기업보다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이란정부는 허메네이의 지시에 따라 주요정부부처가 참여하는 경제협력회의(Consensus-Building Economic Council)를 발족하여 제도개혁과 규제완화에 나섰는데, 이 회의가 제 기능을 하려면 정부소유의 대기업 또는 준공영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에 초점을 맞춰 제도개혁을 해야할 것입니다.

5월 25일 개최된 핵협정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아바스 아락치 이란측 대표는 당사국들이 핵협정을 지키기 위한 의지가 강하며 EU가 이란에게 제시할 원유, 금융, 투자, 무역, 보험분야의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이란이 명심해야 할 점은 진실로 유럽 중소기업의 투자를 바란다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참조 : Can the EU meet Iran’s expectations for keeping nuclear deal?, Al Mon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