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유럽

EU Foreign Policy Chief Federica Mogherini지난 수개월 동안 E3로 통칭되는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의 탄도 미사일 실험과 지역분쟁관여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E3의 이런 시도는 핵협정을 파기하려는 트럼프를 설득하려는 의도로 보였는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트럼프는 핵협정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을 비난하면서, 올해 1월 파기를 예고했었습니다.

E3는 1월부터 미국 정부와 협상을 지속하면서 핵협정 유지를 종용해왔는데, 미국이 갖는 불만은 이른바 일몰 조항으로 알려진 핵프로그램 제한의 시한부 효력, 핵사찰 장소의 제한성, 그리고 탄도미사일 실험과 이란의 지역분쟁관여 문제가 핵협정에 누락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EU가 5월까지 이 문제를 협정에서 고치지 않는 한 핵협정을 파기한다고 최후통첩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가 주도하는 E3는 이란 탄도미사일 실험에 대해 추가제재를 준비해왔는데,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EU 여행제한, 미사일 실험 및 시리아 문제에 관련된 15개 개인 및 기업에 대한 블랙리스트 추가입니다.

하지만 E3의 노력은 제재를 부과할 경우, EU 25개국 만장일치의 승인을 요한다는 EU규칙에 막혀 실패했습니다.

지난 3월19일 EU외무회담에서 이 문제가 처음 논의되었을 때, 이탈리아 외무장관 출신의 페데리카 모데리니 EU외교담당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4월16일, 트럼프의 제재면제 갱신시한전 마지막 EU회담에서는 추가제재에 대해 지지하는 회원국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추가제재 반대그룹을 선도한 것은 이탈리아였습니다. E3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핵협정 존속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대표적 성공작품인) 핵협정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하며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를 반대했습니다. 추가제재는 사실상 핵협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탈리아는 이란의 미사일 실험과 지역분쟁관여에 대한 E3의 우려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뮌헨안보회담에서 예멘 문제를 논의할 때는 E3에 적극 동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E3와 이탈리아는 핵협정 존속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추가제재에 대해서는 극명한 대조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탈리아는 핵협정 타결 이후, 이란 비즈니스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예컨대 지난 1월에는 50억 유로의 크레디트 라인을 이란에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가 EU추가제재에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절차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로 나눌수 있습니다.

절차적인 면에서 E3는 트럼프가 제시한 5월 시한을 맞추기 위해, EU안보회의 공동성명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EU외무회담에서 제재 내용과 조건을 논의하려 했으나 이탈리아는 절차생략이라는 흠결이 EU결정의 신뢰성을 해친다고 우려하며 조속한 결정에 반대했습니다.

정치적인 면에서 이탈리아가 우려한 것은 추가제재가 이란내에서 온건파인 로하니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EU와 이란의 관계를 악화시킬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추가제재를 부과한다 한들, 트럼프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 한 몫 했습니다.

결국 이런 판단들이 모여 이탈리아는 추가제재반대의 핵심국가로 등장하게 됩니다. 4월16일 EU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한 이후, E3 장관들은 추가제재가 부과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이후 EU레벨에서 추가적인 논의는 결국 불발됩니다.

아마도 트럼프를 만나고 온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총리가 미국을 설득하려는 EU의 능력에 비관적인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이런 연속적인 사태들을 보면 EU와 미국의 차이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몸집은 미국에 필적할만 하지만 회원국 모두의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EU는 탑다운으로 일사분란하게 행동하는 미국에 비해 너무나 무기력해 보입니다.

또한 미국에 대한 대책이 단지 트럼프 달래기에 집중되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란은 E3에 대해 “미국 없는 핵협정은 가능해도, 이란 없는 핵협정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항상 강조하며 EU차원에서 구체적이고 독자적인 협정보존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회원국들 중 일부는 트럼프가 설마 핵협정을 완전히 파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 것처럼 보입니다. EU가 뜻을 모아 한 목소리를 냈다면, 트럼프가 핵협정을 완전히 탈퇴했을가 하는 의문마저 남습니다.

트럼프 탈퇴 이후, 이란은 EU와 협상하며 협정 잔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EU의 행동력에 핵협정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참조 : EU divided over efforts to appease Trump on Iran deal, Al Mon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