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

Renault올 여름, IDRO (The Industrial Development and Renovation Organization of Iran)는 프랑스의 자동차 메이커 르노, 운송차량 제조업의 강자인 알스톰, 러시아의 거대운송기업인 트랜스마쉬 홀딩과 각각 기념비적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에 따르면 이들 해외 다국적 기업들은 각각 IDRO와 합작사(JV)를 설립하여 대주주로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르노와 알스톰은 각각 신생 JV의 지분 60%를 확보하고 트랜스마쉬홀딩은 80%의 지분을 갖게 됩니다.

이들 계약 모두에서 IDRO는 소극적인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1967년에 설립된 IDRO는 일반기업이 아닙니다. IDRO는 산업광물통상부 감독 아래,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계약은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으로, 해외기업이 이란 파트너의 개입 없이 로컬 합작사를 주도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매우 놀라운 변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 즉 이란정부의 주된 관심이 기존의 직접경영에서 탈피해서, 기업 전체적인 금융 또는 지배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이란정부의 경제정책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란에서 해외기업이 이란 로컬기업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것은 허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헌법 44조에 언급된 에너지, 자동차, 광물, 해운 등등 국가기간산업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치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하니 정부는 이 헌법 규정을 보다 유연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재가 해제되기 전에는 해외기업들이 이란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로컬기업들과 합작하는 것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푸조와 이란 호드로, 지멘스와 마프나(Mapna) 제휴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해외기업은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고 로컬기업은 노동력과 설비, 그리고 정치적 후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란시장은 해외기업들이 이런 방식의 투자를 감수할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투자는 결국 해외기업들이 이란을 부차적인 시장 취급을 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완전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란합작사에 대해 해외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이들 합작사가 생산하는 모델들은 최소 한 세대 전의 구형 모델들로 이란같이 고립된 시장의 소비자들만이 구입할만한 것들입니다.

로하니 정부가 지금 시도하고 있는 것은 이런 한물간 투자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려 하는 것입니다. 해외기업들이 이란시장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합작기업(JV) 경영에서 결국 방해만 되는 이란로컬기업들의 간섭을 배제하고 해외기업의 완전한 경영권을 보장하면 됩니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도 이란정부의 입김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하튼 IDRO가 최근 체결한 투자계약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IDRO가 스스로 하는 말을 들어보면, 기존의 지주회사로서의 역할에서 산업개발 에이전트 쪽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참조 : New industrial policy poised to transform Iran’s political economy, Al Mon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