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민주주의

Voters오늘은 이란의 제12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그 동안,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6명의 후보들이 세 차례의 TV토론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날카로운 검증을 받았습니다. 이란에서 대통령은 4년 임기로 재선이 가능하지만 3선 연임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선에 항상 성공했었기 때문에, 온건개혁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 우세를 예상하는 것이 중론이지만, 보수파 후보단일화를 위해 걸리버프 테헤란 시장이 사퇴하면서,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는 로하니 대통령과 라이시 마슈하드 ‘제8대 이맘, 알리 레자’ 영묘수호자의 양자대결로 압축되었습니다.

한편, 어제 트럼프 행정부가 만료된 제재면제권(Sanction Waiver)을 갱신하여 핵협상(JCPOA)의 미국측 의무사항을 이행한 가운데, 이란대선에서는 모든 후보가 핵협상을 지킬 것이라고 공약하고 있어, 최소한 이 부분에 있어서는 후보간 차이가 없습니다.

대선에 가려 해외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오늘은 대선 못지 않게 중요한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제5회 지방의회선거입니다. 대선과 함께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데,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습니다. 예컨대, 21석을 뽑는 테헤란市 의회선거의 경우 무려 8,000명이 입후보를 신청했습니다.

기업가, 예술가, 여권운동가부터 스포츠스타까지 후보들의 직업, 출신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선거공약도 도시미관부터 동물보호까지 가지각색입니다. 이는 보수적 성향의 헌법수호위원회가 후보자를 심사하는 대통령 선거와는 달리, 지방의회 선거는 ‘의회’가 후보자 출마를 심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정당제도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現의회는 온건개혁파가 다수파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입니다.

이란의 지방자치는 1999년 이후, 하타미 정부의 주도로 전국적으로 시행된 이래,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데, 시의회는 예산, 시정에 대한 감독권과 함께, 4년임기의 시장선출권을 가지고 있어 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대통령 후보 토론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또 대선 못지 않은 지방의회 선거열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란은 왕정과 독재가 횡행하는 중동에서 제법 상당한 수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정사안에서 최종결정권을 가진 종신직의 최고지도자조차 선거개입 발언을 자제하고 중립을 지키는 등, 이란에서 선거는 국민들의 열망을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행사입니다. 서구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하면, 분명히 이란의 선거제도는 규제도 많고 납득하기 힘든 요소들도 인해, 모범적인 민주주의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국민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정부의 적법성을 수긍하고 이로 인해 사회안정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조 : Pedestrian walkways, bike lanes, green spaces: An unusual election platform for a politician in Iran, LA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