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한 이란의 ‘신장기증’ 시스템
신장기증이 필요한 환자는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신장기증을 받거나, 또는 장기기증 대기리스트에 등록하여 순서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보통 몇 년씩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환자는 투석치료와 비용 등으로 고통 받게 되며, 끝내 신장이식을 놓친 채 사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국가상황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란’은 다릅니다.
이란은 아주 독특한 ‘신장기증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이란에서는 신장기증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장기증으로 바로 다른 나라에서는 금기시 되는 ‘금전적 보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돈이 오가기 때문에 윤리문제 같은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탁월한 장점이 있습니다. 신장 이식이 절실한 환자들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신장기증자들은 자신이 받을 보상을 잘 알고 있으며, 수술기간 동안 적절한 보살핌이 동반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습니다. (이란의 의료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환자들이 겪게 되는 고통과 비용을 상당부분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란식 체계도 재원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소소한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란식 체계는 중요한 모범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적절하게 체계화된 보상규정을 통해 신장기증자들은 불필요한 위험감수와 도덕적 갈등을 겪을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란에서는 합법화된 신장거래로 인해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장기거래 암시장’과 그 부작용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많은 서구 선진국의 환자들이 신장을 구하기 위해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을 여행하는 동안, 이란에서는 합법적인 신장거래소가 이런 부작용을 막고 있습니다. (이란은 최근에 난민을 제외한 외국인들의 이란 내 신장거래를 금지시켰습니다.) 실제로 이란 내에서 모든 신장이식 수술은 엄격한 감독하에서 시행되며 관련 의료사고도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이란-이라크전으로 의료시설과 재정 및 사회인프라가 크게 부족했던 이란은 먼저 개인간의 신장거래를 허용하고 1990년대 중반에는 국가관리체계가 수립되어 국가는 신장기증자에게 3,500불의 보상금과 (희생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많이 하락하여 현재 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1999년에는 신장기증 대기리스트가 공식적으로 사라졌습니다.
운영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장기증을 원하는 사람은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각 지역의 ‘신장이식협회’를 방문하면. 협회는 의료 및 심리검사일정을 잡습니다. 신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도 협회를 방문해야 합니다. 환자들은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 이식수술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다른 나라와 큰 차이점입니다.) 일단 환자가 등록되면 협회는 혈액형이 적합한 기증자를 물색해서 바로 환자에게 소개합니다. 이식적합 판정이 나오면 추가 조직검사와 가격협상이 진행됩니다. 협상이 결렬되면 처음부터 동일한 과정을 다시 시작합니다. 국가가 정한 신장가격은 약 5,000불(2015년 기준) 정도인데 환자는 이중 350불가량을 부담하게 됩니다. 환자가 이마저도 부담이 어려울 경우 협회가 부담합니다. 이 제도의 문제점은 대부분의 신장기증자들이 빈곤하다는 사실에서 비롯합니다. 따라서 병역면제혜택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 협회에서는 기증자들에게 사회복지 및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윤리문제를 이유로 매년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수 천명의 환자들을 사망하게 방치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이란식 체계의 합리성이 돋보입니다.
참조 : Need a Kidney? Not Iranian? You’ll Wait,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