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 국가연구소]
미국은 정말 이란을 공격할 것인가?

호르무즈 해협 위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기가 점차 고조되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다. 영국과 이란은 상대국 국적의 유조선을 상호 억류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영국 해군은 지난 7월 4일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을 억류했고 이에 대 한 보복조치로 이란은 19일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를 억류했다. 영국은 8월 15일 이란 유조선을 40여 일 만에 풀어주기로 결정했고 18일 억류지였던 지브롤터를 떠나면서 단계적인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 안전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군사 호위 연합체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지난 5월 13일과 6월 12일 오만해 부근에서 발생한 유 조선 피격사건이 직접적인 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배후는 과 연 누구일까? 배후를 자처한 세력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고 이에 대한 진상도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도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없을 수도 있다. 현재 이에 대한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고 있다. 첫 번째 는 이란 배후설이다. 이란은 지속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 하기 때문에 군사적 긴장 강화에 대한 선전포고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미국 배후설이다. 미국은 이란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해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란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려 국 제사회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3자의 경우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배후설이 있다. 그것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으로 누가 최대 수혜자일까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인해 이익을 얻는 세력이 배후일 가능성이 높다. 6월 20일에는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미군 무인정찰기 드론이 격추되었다. 이란은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국제공역에서 격추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7월 18일 미 해군은 이란 무인 정찰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면에 이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가짜 뉴스 논쟁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 분석하지만 본질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는가이다.이란은 미국을 공격할 수가 없다. 최근 치열한 여론전이 벌어지면 서 가짜 뉴스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과거 걸프 전쟁 발발 직전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비교 해 볼 수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결정적인 사건은 나리아(Nariyah) 사건이었다. 1990년 10월 10일 미국 하원 인권위원회에서 15세 쿠웨이트 소녀는 이라크 병사의 만행을 증언했다. “저는 지금 막 쿠웨이트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이라크 군인들이 총을 들고 병원으로 난입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아무런 보호 없이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던 갓난 아이 들은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리아의 증언을 계기로 미국 상원은 52 대 47로 이라크 침공을 승인했고 11월 29일 유엔은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을 허용했다. 하지만 나리아는 주 미 쿠웨이트 대사의 딸이었다. 백악관이 이란 핵협정을 통해 이란의 군비예산이 증가했다고 주장하자 살바도르 리조(Salvador Rizzo) 기자와 메그 켈리(Meg Kelly) 기자는 자료의 근거를 요구 했다. 이에 백악관은 헤쉬마트 알라비(Heshmat Alavi)의 자료를 전달했다. 2014년 2월에 설립된 미국 인터넷 언론 디인터셉트는 탐사보도를 통해 헤쉬마트 알라비라는 인물에 대해 서 조사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그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그는 모자헤디네 할크 (Mojahedin-e Khalq: MEK, MKO, PMOI라고도 부름)가 만든 가공의 인물이다. MEK는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국무부가 작성한 외국 테러조직의 명단에 있었다. 하지만 이 두 사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나리아 사건은 걸프 전쟁이 끝나고 나서 1991년 3월 15일 ABC 방송의 존 마틴 기자가 현지 취재를 통해 거짓임을 증명했지만 헤쉬마트 알라비 사건은 지난 6월 9일에 밝혀졌다.

이란은 이라크가 아니다.

이라크의 사회구조는 소수파인 수니파가 장악한 구조(수니파 35-40%, 시아파 60-65%, 쿠 르드인 15-20%)이지만 이란은 다수파인 시아파가 통치하고 있는 사회(시아파 89%, 수니파 9%)이다. 지정학적인 상황도 이란은 이라크에 비해 국토 면적이 4배나 크고 인구도 3배나 많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은 12년간 유엔의 무기 사찰, 경제제재 및 비행금지 구역 통제를 받았던 이라크 군대와 싸웠다. 하지만 이란의 군대는 정규군 52만 명, 이슬람혁 명수비대 12만 5천명이 있고 풍부한 실전 경험을 겸비하고 있는 군 지휘관을 보유하고 있 다. 또한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이었던 아흐마드 찰라비(Ahmad Chalabi)와 이란국민저항 위원회(NCRI) 의장인 마리암 라자비(Maryam Rajavi)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아흐마드 찰라비는 이라크 전쟁 직후 주목받았던 인물로 1993년 런던에 본부를 둔 망명단체 지도자 였지만 이라크에 지지기반이 없었다. 아흐마드 찰라비는 그 당시 이라크의 이승만이라고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그 인물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2015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망했다. 마리암 라자비는 1993년 이후 이란국민저항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 단체는 이라크국민회의처럼 이란 내 지지기반이 거의 없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주된 요인은 대체 정권을 담당할 수 있는 수권 세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NCRI = MEK

두 단체는 사실상 동일한 조직이다. MEK는 1965년 9월 5일 설립되었고 현재 파리에 본 부를 둔 이란의 반체제 무장단체이다. 이 조직의 지도자는 마수드 라자비(Massoud Rajavi) 이고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실종되었다가 2016년 공식적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란국민저항위원회는 1981년 7월 20일 1대 이란 대통령이었던 바니 사드르와 마수드 라자비 가 공동으로 창설했지만 1983년 바니 사드르가 탈퇴하면서 이란국민저항위원회는 사실상 MEK이다. 바니 사드르가 이란국민저항위원회를 탈퇴한 이유는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마 수드 라자비가 사담 후세인과 손을 잡고 이란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MEK 의장은 마수드 라자비였고 이란국민저항위원회 의장은 1993년부터 그의 부인인 마리암 라자비가 맡고 있 다. 이란국민저항위원회는 2002년 8월 15일 이란 중부 나탄즈에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존 재한다고 최초로 폭로했고 이후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주목받게 되었다. NCRI와 MEK가 동일한 단체이고 그 시기 MEK는 미국 국무부가 작성한 외국 테러조직이 었다. 그렇다면 테러조직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미국의 이란제재는 이란국민저항 위원회의 폭로를 계기로 크게 바뀌었다. 미국은 그 이전에는 이란에 대한 단독 경제제재를 실시했지만 이후 다자 경제제재를 추진하게 되었다. 현재 이란국민저항위원회는 ‘이란계 미 국인 공동체 기구’(Organization of Iranian American Community)와 연대하고 있다. 이 기 구는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2012년에 설립되었고 사실상 이란국민저항위원회의 미국 지부 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예상 시나리오

향후 예상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가정하여 전망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시나리오는 독립적인 형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진행될 수 있고 또한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의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이란 압박 전략이다. 이 시나리오 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와 국제사회를 통한 대이란 압박 수위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군사적 긴장 상태를 확대시키기 위한 전술로 호르무즈 해협 군사 호위 연합체를 구상하는 방안과 미군 추가 파병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압박 국면에서 두 가지 변수가 존재 한다. 하나는 EU의 역할이다. 하지만 EU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고 나서 보여준 현실은 EU의 정치경제적 위상과 그 한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여파를 완화하기 위한 무역 메커니즘인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INSTEX)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의 역할이 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이 첫 번째 시나리오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재협상을 위한 외교전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대이란 추가 제 재를 중단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 및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지난 7월 2일 미국 국무부는 자이쉬 알 아들(Jaish al-Adl: 정의의 군대)과 발루치스탄 해방 군대(Baluchistan Liberation Army)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자이쉬 알 아들은 준달라(Jundallah: 신의 병사들)의 새 명칭으로 2012년 파키스탄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란의 시스탄과 발루치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니파 무장단체이다. 지난 2월 13일 자이쉬 알 아들은 27명의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살해했다. 발루치스탄 해방 군대는 파키스탄 서부 발루치스탄 지방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로 파키스탄 군부가 주요 공격 대상이다. 7월 21일 -23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이 단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이 번 사건은 이란에게 보내는 미국의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고 미국은 이란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또한 7월 18일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영구 적 제재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공식적, 영구적 핵사찰을 제안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부터 재선에 집중하기 위해 대외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9월 유엔총회 또는 연말에 재협상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은 우리 정부에게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파병 제안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파병 압력은 더 욱 거세어질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거부하거나 유보하는 이유는 미국의 파병 제안에 동참하는 것이 명분도 실리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8월 22일 GCC 국가연구소에 게재된 한국외대 유달승 교수 기고문을 인용하였습니다.
원문참조 : http://gcc.dankook.ac.kr/bbs/board.php?bo_table=m04_02&wr_id=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