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 갈등과 대치의 역사

최근 미행정부가 돌연히 중동지역내에서 이란의 위협을 제기하며 양국간 긴장의 위험이 증가되고 있다.  양국간 갈등은 근간의 이슈가 아닌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점거를 계기로 양국간 국교가 단교 된 이래로 40년간 지속 되어 왔다.

특히 최근 중동지역내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미국측의 일방적인 보도 후 항공모함 전단을 페르시아만으로 이동시키고 이라크 주재 자국민 철수를 지시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위협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유럽국가들과 심지어 중동 내 우방 아랍국가들도 최근 미국의 이란에 대한 위협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전부터 미국을 포함한 6개국이 이란과 서명한 이란 핵협정에 대해서 전임정부의 실수라고 강조하고 취임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이란에 대한 위협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에서 독단적으로 탈퇴하고 최근에는 이란산 원유수입을 제로화 하겠다며 경제제재의 수준을 핵협정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높여왔고 급기야는 최근 이란과의 군사행동 직전까지 압박하고 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채텀하우스의 중동아프리카 지역 수석연구원인 사남 바킬 교수는 트럼프의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해 양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바킬 박사는 중동지역 내에서 이란과의 관계가 미행정부가 즉흥적으로 이란을 향해 사용하는 손쉬운 모욕적인 언어처럼 단순하지는 않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일부에서 현재 미국과 이란과의 상황을 미국의 이라크 침공당시와 유사하다고 비교하고 있으나 중요한 차이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란은 영토면에서 이라크보다 4배이상 큰 국가이며 인구 8천만명이 넘는 나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이집트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또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이라크는 시아파 이슬람이 국민의 다수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순니파 소수층에 의해서 통치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란은 인구의 대다수가 시아파로서 통치세력과 국민들 간 종교적 일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란은 재래식 군사력이 제한되어 있으나, 그동안 중동 내에서 영향력이 확대 된 시아파를 근간으로 하는 연합세력들을 고려시 미국과의 무력 충돌 시 여러 전선에서 게릴라전의 양상을 야기 할 수 있다.

또한 유럽과 중동지역의 아랍 동맹국들도 이라크 전쟁때와는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한 현 상황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 특히 유럽국가들은 이란 핵협상의 대상국들로 지속적으로 핵협상의 유지를 지지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이란 외무장관이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하여 이란과의 동맹을 재확인하고 있는 점도 이라크 전쟁때와는 국제정치적인 환경에서도 차이가 있다. 현재의 중동내에서 이란-미국간의 긴장상황은 미국에 의해 제조된 위기라는 평가가 우세적이다. 더불어 중동지역내 미국의 우방국가들도 이란과의 분쟁의 고통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현상황에서 이들의 침묵을 통해서 짐작 할 수 있다.

이란과 미국간 군사 분쟁 발생시 가장 위험한 점은 페르시아만으로부터 전세계로 공급되는 원유의 40%를 차지하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이다. 이란은 중동지역내에서 미국,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위협수준을 강화 할 때마마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대응하겠다고 맞섰으나 실제적으로 해협의 봉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이란-이라크 전쟁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물리적 충돌 및 미국 군함의 오판으로 인한 이란 민간여객기 격추사건 등의 군사적 대결이 있긴 했으나 이곳에서의 양국간 물리적 대결은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 할수 있는 큰 위기를 초래한다.

현 미국과 이란간 대치국면에서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이란과 미국 행정부 모두와 우방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라크의 역할도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란은 2014년부터 3년여간 지속된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시 이란과 미국 모두에게 지원을 받았으며 특히 IS 와의 전쟁을 통해서 급부상한 시아파 민병대가 지난해 총선에서 제2당을 차지하면서 정치적으로 친 이란세력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이라크 정부는 우방인 이란과 미국에 모두 우호를 맺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하였으나 이번 사태에서 어떤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명확치 않다. 지난 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사전 예고없이 이라크를 방문하여 이라크 외무장관, 총리, 대통령을 만나서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이란의 위협을 전달하고 이란과의 충돌 시 이라크의 입장에 대한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우려하는 점은 이란의 혁명수비대와 일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연합을 통한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위협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미국간 현 긴장상태가 오래 된 양국간 대립상황에서 발생했던 모습들과는 그 강도의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나 미국의 입장에서 이란은 기존의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그리고 최근 시리아 사태와는 그 상대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여야 하며 결정에 따른 국제사회 및 자국의 안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살펴보야야 할 것이다.

참조 : The Tension between America and Iran, Explained,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