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EX 가동을 위한 단계별 실행계획 수립 필요

미국이 지난해 이란에 부과한 세컨더리 보이콧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및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제재)에 따른 우려로 글로벌 은행들과 유럽 수출신용기관 및 기업들이 이란과의 사업운영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사업의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 추진 된 이란-유럽간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Vehicle)인 INSTEX가 설립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볼 수 있으나 아쉽게도 초기 정상적인 가동이 지연됨에 따라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INSTEX가 설립목적에 부합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란-유럽간 경제적 뿐만 아닌 정치적인 단계별 로드맵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INSTEX의 대표인 Per Fischer가 테헤란을 방문하여 신규 금융메커니즘에 대한 모호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떻게 작동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이란측 에서는 INSTEX 설립 논의 시 기대했던 근본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설립 초반의 양측간의 갈등과 정상적인 가동 지연에도 불구하고 이란-유럽 양측 모두 2016년 핵협상을 통해 합의된 JCPOA의 이행과 지속을 원하고 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대표도 EU는 이란 핵협상을 통해서 약속된 이란의 경제적혜택이 보장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유럽 대기업이 이란시장과의 무역, 투자 및 기술이전이 현실화 되지 않는 한 모게리니 대표가 언급한 이란의 경제적 혜택은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 이란 시장에서 토탈사의 철수 및 에어버스와의 항공기 구매 계약 취소는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반증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과 현실이 모순되는 상황에서 INSTEX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이란-유럽간 단계별 로드맵에 대한 합의가 선결되어야 한다.

첫번째 단계는, 현재로서 INSTEX 가동을 위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규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아 세컨더리 보이콧 Risk가 적은 유럽의 중소기업들 차원임을 인정하고 우선 신규 메커니즘에 따라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소기업들은 우선 이란에 필요한 기술 이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유럽의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이란 시장 초기진출시 다양한 위협과 도전에 당혹스러워 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 관계자들이 “합법적인 무역”에 대한 범주와 내용에 대해서 명확히 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합법적 무역이라고 하는 것이 식품과 약품과 같은 인도주의적 제품으로 한정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EU법안에 의하면 그 범위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

두번째 단계로는 유럽 중소기업들의 이란시장 진출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이란 시장의 사업환경에 대해서 명확하게 사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이 가장 관심있는 사항은 미국의 제재로 인한 피해가 발생시 법적 보호와 명확한 이란의 무역금융 시스템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시장 진입전략 수립일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우려하는 사항은 유럽의 주요 수출신용기관이 이란 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해주지 않고, 제재와 이란의 사업환경에 관한 모호성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도 유럽 은행들의 대다수는 이란이라는 단어조차에도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INSTEX와 유럽의 관련 정부기관들이 유럽 중소기업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률적 위험관리에 대한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즉 INSTEX가 진출기업을 모색하고 관련이슈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아주어 향후 유럽수출의 전제조건인 수출 신용기관의 기능을 촉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이전 뿐만 아니라 이란 경제에 직접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필요한 모든 자본이 유럽에서 창출될 수는 없을지라도 유럽은 이란 프로젝트에 장기적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이란의 경제적 발전을 도울 수 있다. 즉 세번째 단계는 현존하는 자본을 관련된 적절한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으로 전환하는 금융 메커니즘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전략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INSTEX는 기존 또는 미래의 이란 프로젝트를 위한 일부 유로본드를 만드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유로본드에는 이란과 국제 자본이 포함될 수 있지만, 그들은 미국 측의 어떠한 제재나 몰수 시도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그러한 메커니즘 구축에 가장 중요한 키가 될 것이다.

이 과정의 네번째 단계는 유럽 중소기업과 이란 민간부문 양쪽에서 함께 개발되어야 한다. 유럽 중소기업과 이란 민간부문의 원활한 협력과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란측은 EU 내 모든 다양한 역량을 생각하고 기존의 유럽 일부 국가와만 진행했었던 무역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란은 유럽의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미국 당국에 의해 감시 대상이 덜 되는 유럽의 작은 회원국들도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란측은 필요한 기술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을 수립한 다음, EU의 다양한 회원국 중 필요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회원국과 중소기업을 명확히 식별해야 한다. 그러한 다각화된 접근방식은 기회를 증진시키고 또한 유럽의 잠재적인 정치적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숨겨진 기회를 발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네가지 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란 석유와 석유화학제품의 유럽 수출이 없는 상태에서 이란과 EU간 무역량의 큰 불균형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의 결과는 이란의 유럽향 수출이 유럽으로부터의 수입량을 보상할 충분한 자금을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로드맵의 다섯번째 단계는 제3국가가 이 매커니즘에 연계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과 새로운 경로가 디자인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가 이란으로부터 구매하는 원유부문에 대한 지불을 INSTEX와 연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거나 이라크와 같은 인접국가의 INSTEX 연계는 이란으로 유입되는 제품의 다양성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이란으로의 많은 수입품들이 이라크를 통해 이란으로 재수출 되는 방식일 것이다. 최근 이란의 신규 무역정책에 대한 논의 시 이란중앙은행 햄마티 총재도 위와 유사한 방식의 계획을 제안 한 바 있다.

마지막 여섯번째 단계는 INSTEX를 통해서 교류가 가능한 협력분야를 다양하게 개발해 내는 것이다. 이란은 매우 다양하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시장으로서 유럽 시장과 유용하게 연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이란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IT 부문의 스타트업 관련 분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란 주변국들로부터 이란으로의 의료 관광분야에서 이란 민간부문과 유럽의 중소기업이 긴밀한 협력을 한다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단계별 제안은 현재로서 시행가능한 범위내에서 제시된 것이나 이란과 유럽 양측에서 좀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면 잠재성이 풍부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다양한 대안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현실을 고려하여 양측에서 상생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재고가 절실히 필요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참조 : Road map for Iran-EU trade and investment relations, Al-Monitor